이탈리아: 이스키아의 숙소, 나폴리 시내, 이탈리아 기차의 후기 (나의 눈부신 친구)
이스키아 섬의 숙박시설은 오래 된 것 같았다. 전날 잠들기 전 더워서 에어컨을 틀려고 했는데 10유로를 따로 내야 리모컨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엔 좀 달라졌지만 반대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으면 싸게 잘 수 있다는 의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 집의 인상이 바뀐 이유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숙소를 둘러보게 되었다. 웬일인지 숙소 외부는 한마디로 예쁘게 꾸며진 가정이었다.
이스키아 숙소 1개 옥상에 오르자 아무도 없는 조용한 수영장이 나타났다.
이스키아 숙소2 옥상과 마당에는 온갖 아름다운 꽃들, 그리고 주인들이 언제든 사 먹으라고 했던 이스키아의 명물 레몬 열매가 있었다.
이스키아의 숙소 3 이른 아침 옥상에서 바라본 이스키아의 화산섬 풍경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명상하기 좋은 섬만의 감성이 있었다.
옥상에서 사람도 없을 때 나 혼자 헤엄치며 밥 먹고 독서하는 여유를 며칠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스키아 숙소의 식당 4개로 돌아가자 안주인이 "봉죠르노!"라며 반겨주었다. 진심으로 환영받는 느낌이었다. 우리도 봉절노 차오 인사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이어서 젊은 직원이 와서 정말 따뜻하고 정중한 태도로 우리에게 식사를 제공해 주었다. 따뜻한 빵, 계란, 치즈, 시리얼은 포근한 분위기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알고 보니 젊은 직원은 할아버지의 아들이었다. 할아버지는 분위기를 이끄는 총지배인, 어머니는 집안 청소와 정원 가꾸기, 아들은 서빙과 시설 관리. 이 가족들은 묘하게도 주인 영감을 꼭 빼닮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집이 주는 느낌이 이스키아의 그 자체이자 이스키아의 축소판이었다는 것을! 여유와 가족애 그리고 따뜻한 유대감! 무언가가 마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우리가 체크아웃 했을 때 할아버지가 안 덥다며 생수를 준비해 주셨는데, 바로 내가 고맙다고 감동하자 할아버지가 내게 이게 이스키아의 정신이고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는 거야라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가슴으로 느껴졌다.나는 단순히 호텔에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이스키아 그 자체에 머물렀던 것이다. 그래서 낡은 시설도, 움직이지 않는 에어컨도 문제가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외부와 단절돼 이스키아만의 아날로그와는 불편함을 즐길 수 있었다.Corso Vittorio Emanuele, 86,80074 Casamicciola Terme NA, 이탈리아가 지금 이스키아와 인사하는 시간이다. 하루밖에 없어서 너무 아쉬웠어. 언젠가 살아가면서 가끔 현실을 떠나 도망가고 싶은 일이 생기면 내가 가야 할 곳은 이스키아다라고 생각하며 떠난다.
이스키아항의 풍경선은 다시 나폴리항에 도착했다. 사실 내 눈부신 친구의 촬영지로 가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싶었지만 치안 걱정 때문에 꾹 참고 항구 근처만 보기로 했다.
누어보성과 전망항 바로 앞에 있는 누어보성이다 성 근처에는 경찰관이 온통 둘러쳐져 있어 굉장한 나폴리 느낌이 들었다. 나폴리를 지키는 수호성을 지나, 지금은 넓은 광장에 도착했다.프레비시트 광장레알레 궁전
프레비시토 광장!!OMG!!누군가에게는 오직 나폴리 국민투표가 실시된 넓은 광장이지만, 나에게는 그 의미가 특별했다.이곳은 바로 '나의 눈부신 친구 1화'에서 리라와 레누,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 마르첼로 일당을 볼 수 있는 시내 광장이니까!드라마 풍경이 떠오르면서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내가 리라가 걸어간 길을 걷다니!! @.@갤러리아 움베르트의 열매 1화에서 릴라는 톨레도에서 치아이아(chiaia) 성당을 잇는 번화가, 특히 오늘날 명품가로 유명한 그 곳을 구경하다가 부잣집 아들 내미와 실랑이가 벌어져 다투게 된다. 그 풍경을 드라마에서는 조금 색다른 갤러리아 프린시페라는 갤러리에서 촬영한다.
다만 이곳 광장에서 북쪽으로 떨어져 있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 대신 그곳과 비슷한 '움베르토몰'(Galleria Umber to 1)은 바로 프레비시토 광장 옆에 위치해 있어 리라가 걸었던 그 고급 상가의 고풍스러운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책에서는오히려이광장쪽이걸어가는것이경로상맞는것처럼보였다.
그 밖에 치아이아, 톨레도, 포실리포, 포추올리, 산지오반니테두초 등 릴라와 레누에 관련된 모든 곳을 가보고 싶었지만 내 상상 속에 묻어둔 채 아쉬운 마음으로 나폴리를 떠났다. 다음번엔 나폴리 치안도 더 좋아지고 코로나도 없어지기를 바랐다.다음 목적지는 피렌체였다. 이번에 이곳을 찾는 이유도 실은 록다운 기간에 열심히 본 BBC 드라마 메디치:마스터스 오브 플로렌스 때문이었다. 워처플레이에선 시즌2까지 나와 다시 한번 메디치의 향기를 느끼고 싶어 찾게 됐다.
이탈리아 기차의 기프트 나폴리에서 피렌체까지는 기차로 약 3시간 걸렸다. 도시간 기차라서 그런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탈리아 기차와는 매우 달랐다. 좌석도 깨끗하고 연착도 할 수 없었다.인상적인 것은 코로나 관련 위생용품을 무료로 준다는 점이었다. 컵 마스크 물 휴지 세정제.. 이탈리아가 코로나에서 한때 기록적인 환자를 배출했다고 해서 문제국가로 매도할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8월말 현재까지 서유럽 국가들 중 가장 확진자가 적었고 늦게 증가한 것이 이탈리아였기 때문.(오히려 이틀 전 프랑스 확진자는 다시 7천명을 돌파했으며 스위스 체코 스페인 등 주요 국가들이 영국 입국 기준자 격리 대상에 들어갔으나 이탈리아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어쨌든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나라도 선입견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피렌체에 도착했다.
여기서 나는 다음 생에 엄청난 숙소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다음 문장으로 줄여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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